COLUMN_ 영원히 입을 수 있는, '옷'


COLUMN

영원히 입을 수 있는, '옷'


                                                            

“더블유 코리아(W magazine)에서 에디터로 근무할 당시, 지속가능한 패션을 주제로 관련 뉴스 칼럼을 신설해 운영한 적이 있다. 하이패션 매거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윤리적 패션을 하이 패션 매거진의 날 선 감각으로 에디팅 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진정성을 가지고 정보를 다루되. 스타일리시해야 했다. 독자, 브랜드 양측으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Contributing Editor_ 사공효은



‘이것이 패션’이라고 믿었던 우리들의 지난 날

“이번 출장 땐 어떤 가방 사올거야?” 패션 매거진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 선배들이 입고 드는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 사무실에서 어깨가 드러나는오프 숄더 톱을 입고 미팅하는 팀장님, 같은 디자인 플랫 슈즈가 색깔별로 있는 선배.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도 많고 의류학과 출신에, 나름 옷도 센스있게 입는다고 자부했지만 현업에서 보고 겪는 진짜 ‘패션인’들의 모습은 달랐다. 그들의 소비 습관 역시 급이 달랐다. 일 년에 두 번, 뉴욕, 파리, 밀라노, 런던에서 열리는 패션 위크에 다녀오는 선배들은 한국보다 싸다는 이유로 명품 가방을 사왔고, 출장 후 누가 어떤 브랜드의 무엇을 사왔는지 쇼핑 아이템에 관심이 쏠리곤 했다. 2000년대 초반은 그랬다. 무언가 유행하면 모두가 그걸 사고 비슷한 스타일로 맞춰 입고 다녔다. 모 잡지가 만들어낸 ‘잇백(It Bag)’, ‘잇 슈즈(It Shoes)’라는 단어처럼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그 시즌에 히트하는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애썼고, 잇백이 나오는 브랜드가, 잇백을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가 당시의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가, 디자이너가 되곤 했다.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누군가는 출장 때마다 가방을 사고, 모두가 열광하는 브랜드와 디자이너는 있지만 패션업계 사람들의 소비 습관은 조금 달라졌다. 더하고 더하는(More and More!) 풍족하고 화려함이 트렌드였던 슈퍼 맥시멀리 즘을 지나, 지극히 평범함을 추구하는 놈코어가 유행하게 되고, 스포츠와 일상 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 트렌드를 거쳐 패션과 뷰티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며 화제가 되고 있는 단어는 ‘지속가능성’, 친환경 패션이다. 특히 MZ세대는 그들과 미래의 세대가 누려야 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더욱 친환경적 소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의미 있는, 이유 있는, 책임감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시대랄까. 실제로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진 요즈음 후배들의 소비 습관은 많이 다르다.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면서 동물 보호에 관심을 가지게된 A후배는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식물성 성분을 사용하는 비건 뷰티 제품만 사용하고, 채식주의자인 B 후배는 식물성 소재만 쓰는 디자이너를 적어두고 마음에 맞는 제품을 찾아내면 해외배송도 마다하지 않고 직구 한다. 친환경라이프를 실천 중인 C후배는 진짜 가죽이나 모피를 혐오하며 관련한 기사가 배당되면 본인이 객관적으로 트렌드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이 트렌드에 대해 문득 패션이라는 분야에서 과연 친환경이 가능하긴 한 걸까? 늘 색다른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소비를 유발하는 패션 브랜드가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와 공존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MZ세대들은 혹시 이런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의식있어 보이고 멋져 보여서 앞다투어 ‘쇼잉’하는 것은 아닐까? 다들 전세계적인 친환경주의의 흐름에 따라 그저그런 ‘척’만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규모가 작던 크던 생각보다 많은 패션 브랜드가 친환경적 패션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흐름에 편승해 꼼수를 부리는 브랜드들도 있다는 것. 환경을 생각하는 근본적인 큰 흐름과 개념을 무시한 채 눈 앞의 이익만 좇아 재활용, 유기농 소재만 강조하거나 실제 제품과는 다른 설명의 위장 환경주의, 즉 ‘그린워싱’을 행하는 가짜 브랜드를 구분하는 눈이 필요 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책임감있는 소비, 착한 소비를 위해서는 분별있는 눈과 소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매거진에서 일하며 많은 브랜드들의 의미있는 뉴스를 접할 수 있었지만 막상 자료를 열어보면 작은 것을 부풀리거나 ‘친환경’ 키워드를 단 겉핥기 식의 뉴스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PHOTOGRAPHY COURTESY OF Stella Mccartney

                                                 

뉴스 속 프로젝트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무엇을 위해 어떻게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느냐의 문제. 내가 좋아하는 대표적 친환경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의 컬렉션에는 모피나 가죽이 등장 하지 않는다. 트렌드를 창조하는 사람으로서 한계점이 있을 텐데 그녀의 컬렉션은 (내 기준에서는)늘 훌륭하다. 진짜 가죽이 아니라서 덜 멋지지 않느냐고? 10년도 더 된 나의 스텔라 매카트니 지갑은 식물성 가죽으로 만들어졌는데 양가죽만큼 부드럽다. 가볍고 가죽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으며 오래 들었는데도 갈라지거나 닳는 것이 덜하다. 이 디자이너는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에 이어 최근 버섯에서 추출한 비동물성 소재 ‘마일로’를 개발했다. 이는 가죽과 거의 흡사한데 버섯으로 가방이나 옷을 만들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패션의 미래가 아닐까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선인장으로 만든 식물 기반의 가죽 대체재, 바나나 나무로 만든 바나나텍스, 비건 포도 레더인 베지아 등 혁신적인 소재를 사용한 컬렉션을 꾸준히 소개한다. 우리가 먹고 즐기던 것들이 놀라운 소재로 탄생하기까지 수 년 간의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노력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톰 포드는 올해 환경 단체와 플라스틱 대체 방안을 찾는 공모전을 열었고 현재 진행중이다.

                       

프라다의 환경 보호 프로젝트 ‘Sea Beyond’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울림을 받은 프로젝트다. 유네스코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해양과 자원에 대해 책임감있는 의식 향상을 독려하며 전 세계의 중고등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지속가능한 소비를 장려한다. 모든 실천은 그에 앞서 관심과 생각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업사이클링,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디자인하는 브랜드들도 많다. 칸예 웨스트와 갭이 협업해 만든 패딩 재킷은 재활용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졌고 발렌시아가는 2021 여름 프리 컬렉션의 93%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클로에 역시 지속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가진 가브리엘라 허스트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뀌고 난 뒤컬렉션에 재활용 소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네타포르테의 ‘넷 서스테인’은 패션과 뷰티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하고자 노력하는 브랜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브랜드는 지속가능한 공정을 통해 수작업으로 염색한 가죽을 사용하거나, 토양, 공기, 물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오가닉 코튼으로 옷을 만든다. 소재가 생산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포인트다. 한편 빈티지 의류나 소재를 모아 해체하고 재조립 해 컬렉션을 만드는 디자이너들도 있었는데 오래 걸리지만 누구보다 특별한, 하나 밖에 없는 아이템이 결과물로 나온다는 점이 흥미로왔다. 리바이스와 협업해 리바이스의 재고를 받아 그 소재로 만드는 데님 브랜드도 재미 있었다. 브랜드들끼리 재고를 공유해 재료의 순환을 이끌어내는 것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누군가의 폐기물이 누군가의 소중한 재료가 되는 거니 말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즐기는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바로 나.눠.입.는.것! 최근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영화 <이터널스>관련 행사에 그의 딸,아들들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눈에 띄었던 건 딸 샤일로와 자하라의 드레스. 이들은 졸리가 몇 해전 입었던 드레스를 수선해서 입었다.”


샤일로와 자하라는 과연 엄마의 드레스가 마음에 들어서 입었을까? 자신을 위해 새옷을 만들어줄 디자이너들도 많았을거고 어쩌면 새 옷을 사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엄마의 드레스를 입었고 그래서 더욱 빛났다. 이는 나에게 필요없는 옷이 누군가에게는 유용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당근 마켓과 번개장터 어플을 휴대폰에 다운로드 받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거래를 하다보니 점점 재미가 붙었다. “당근에 팔까요. 말까요”라며 SNS에 입고 올린 남편의 오래된 폴로 니트는 “언제 산 건가요?”, “이런 핏이 여성복에도 있나요?”, “너무 예쁜데?”라는 반응에 조용히 다시 접어 옷장 안에 보관해 두었다. 물려받은 아이들의 옷이 맞지 않게 되어 ‘나눔’하고 새로운 세컨 핸즈 샵을 검색하며 서서히 지속가능한 패션의 트렌드를 즐기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정 금액을 내고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는, 입지 않는 내 옷을 빌려 주거나 팔 수도 있는 ‘클로짓 쉐어’에 한 웅큼 안 입는 옷들을 보내는가 하면 쓰임을 잃은물건에서 가치를 찾고 최소한의 소비를 통한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한다는 서스테이너블 플랫폼 ‘어플릭시’를 둘러 보며 중고 물품을 판매하면서 이렇게 컨텐츠로 접근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음을 느낀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옷을 입는다는 것, 이미 많은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의 작은 소비가, 한 시즌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시즌, 그리고 영원히 입을 수 있는 옷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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