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 Ya! Sustainable_④지구를 위한 패션, 오픈플랜(Open plan) 이옥선 디자이너
2020-08-26
"Found Ya! Sustainable"은 패션기업 및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의 실무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또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Found Ya! Sustainable은 매월 2회 업로드됩니다.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오픈 플랜(Open plan), 그들의 지속가능한 이야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전 세계로 퍼진 이후 패션 업계의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샤넬의 무관중 온라인 패션쇼와 상하이 패션위크의 디지털 개막을 시작으로 런던, 파리 패션위크 그리고 밀라노 패션위크도 디지털 형식으로 열리고 있는데요, 수많은 패션위크 중 지속가능 패션의 의미와 미션에 큰 가치를 둔 헬싱키 패션위크는 올해 7월 조금 특별한 온라인 패션위크를 개최하였습니다.
헬싱키 패션위크는 디지털화라는 개념을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번 패션위크에 참여하는 브랜드의 의상은 모두 3D로 표현되었으며, 3D로 제작된 모델이 착용하는 VR 콘셉트의 패션위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새 시즌을 위해 헬싱키 패션위크 일주일 전부터 특별한 프로그램도 진행되었는데요, 바로 '디자인 레지던시(Designer Residency)'라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진행되었습니다.
팬데믹(Pandemic) 시대에 개최된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패션위크, 그 현장에 국내의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 오픈플랜(Open plan)이 함께하였습니다!
지구를 위한 패션을 전개하는 오픈플랜! 헬싱키 패션위크에서 어떤 컬렉션을 선보였을까요? 이옥선 디자이너님께 직접 여쭤보았습니다 :D!
Q. 안녕하세요! 이옥선 디자이너님, 오픈플랜 브랜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오픈플랜입니다.2017년 론칭해서 플라스틱 프리 비건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자연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강원도 산불피해 지역에 나무를 심고, 서울환경영화제와 같은 환경 관련 문화 행사에 참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 단체를 지원하고 기부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도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Q. 오픈플랜을 론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저는 패션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옷으로, 패션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인 실천으로 할 수 있는 일뿐만 아니라 패션 브랜드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오픈플랜을 론칭하게 되었어요.
'플라스틱 차이나(왕구랑. 2016)'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 플라스틱에 관한 또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의 모든 것, The Story of Plastic(데이아 스콜스버그, 2019)'을 보았는데 환경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오픈플랜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고,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 더 힘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디자인을 전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단순한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새로움과 보편성이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피상적이거나 직접적인 어법 대신 비어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습니다. 또한 눈속임 대신 오래가는 가치를 담기 원합니다.
Q. 헬싱키 온라인 패션위크에 대한 소개와 참여하게 된 배경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헬싱키 패션위크 오픈플랜 Lookbook_Along the wind
: 헬싱키 패션위크는 지속가능한 패션위크를 표방하는 행사입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가치에 대해 널리 알리고 함께 고민하기 위해 2년 연속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패션위크와 달리 이번 패션위크는 완전하게 '디지털 온라인 프로그램'으로만 진행되었습니다. 이미 몇몇 패션위크가 '온라인 패션위크'라는 타이틀로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그 행사에 선보인 방법들 즉, 물리적으로 진행되는 쇼를 라이브로 스트리밍 하거나 촬영 후 방송하는 방법과 달리 헬싱키 패션위크는 '디지털 3D 패션쇼'로 구성된 패션위크입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 이동 제한 속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헬싱키 패션위크는 디지털 시대에서 디지털 기반의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물음과 답을 찾고자 하는 취지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도시에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공개되던 기존의 패션위크와 달리 디지털 패션위크는 오랜 기간 동안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모두 지속가능성의 실천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또한 배웠습니다. 무엇이든지 지속가능한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서 디자인해야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깨달았습니다.
Q. 이번 패션위크에서 오픈플랜의 패션쇼, Along the Wind는 어떤 주제와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 몇 년 전 어느 바닷가 여행에서 찍은 사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진 가득 채워진 바람이 제 눈을 사로잡았는데요, 바람을 생각하면 부드럽기도 하고 난폭하기도 합니다. 자유로우며 에너지가 넘치죠. 단단한 돌을 깎기도 하고 지구 위의 여러 물질들을 실어 나르는 바람의 물리적 성질을 생각하다가 인간이 그려놓은 국경과 같은 경계선이나 타인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단단한 벽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바람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바람이 전염병과 혐오, 불평등과 불안이 전 지구를 뒤덮은 2020년 지금 저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바람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언어의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기대와 희망 또는 사회적인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등을 의미하는 말로도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아직 우리의 목소리는 작지만 변화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Q. 헬싱키 패션위크 프로그램 중 디자이너 레지던시(Designer Residency) 참여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 저는 모두 5개 세션에 참여했습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제가 오픈플랜을 소개했고, 나머지 네 세션은 Bandana Tewari, Lottie Pang, Mandali Mendrilla 그리고 Studio PMS와 함께 했는데 지속가능한 패션과 디지털에 관한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했습니다. 그중 Bandana Tewari 씨와의 세션과 Studio PMS와의 세션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Bandana Tewari 씨와의 세션에서는 그녀가 여러 저널과 연설에서 전한 메시지 중 <간디와 패션의 연결고리,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여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영국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던 간디가 식민지 고국으로 돌아와 인도의 주요 산업인 목화, 섬유산업이 영국에 착취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독립운동을 이끕니다. 간디가 자신이 입는 것에서부터 그의 신념을 표현하고 사람들을 변화시켜 나간 일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 주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패스트패션의 부와 권력이 한 나라의 경제를 어떻게 종속시키고 그곳의 자연과 지역사회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는 식민지 시대의 그것과 무척 닮아있었고 패스트패션의 속도와 저렴함에 중독된 현대인들에게 디자이너들은 무슨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담았습니다.
Studio PMS는 네덜란드의 디지털 패션 디자이너 그룹인데요. 이번 헬싱키 패션위크를 위해 콜라보레이션으로 저희와 함께 룩을 디자인한 팀입니다. ‘디지털 패션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지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는데요. 이번 디지털 패션위크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많은 것들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구매 품목이나 패턴 등이 달라졌다는 보고가 많이 있습니다. 실제 옷이 아닌 콘텐츠로의 옷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이미 몇 년 전에 온라인상에서만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나왔다는 점 놀라웠습니다. 이런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패션 디자이너들’이고요. 그 덕분에 저 같은 디자이너는 전통적 패션 디자이너(traditional fashion designer)라고 불렸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우리가 디지털에 거는 기대와 우려,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디자이너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네덜란드와 한국의 패션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Mandali Mendrilla와의 세션에서는 한국에서의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움직임 등을 소개하면서 한국윤리적패션네트워크(KEFN)가 준비하고 있는 ‘지속가능 패션 서밋 서울’과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 허브’에 대해서도 소개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일은 언제나 설렙니다. 이번 디지털 패션위크도 그랬고요. 원단을 골라서 디자인하고 패턴을 만들고 소재에 관한 정보 및 제작 방법에 대한 모든 것을 디지털 디자이너가 작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은 제가 그동안 해온 방식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마치 요리사가 요리의 완성 상태를 보는 것은 오븐에서의 조리시간이 끝난 후에나 가능하듯이 이번 컬렉션도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혹시 큰 그림을 못 본건 아닌지, 너무 좁은 시야로 판단하는 건 아닌지 고민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픈플랜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해서 방향을 잡아나갔던 것 같습니다.
디지털 작업은 시간과 전기가 아주 많이 소요됩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컴퓨터와 서버, 데이터 센터에서 재생 에너지의 사용 여부 문제, 늘어나는 e-waste, 최신 IT 기기의 주요 부품에 사용하기 위한 광물 채굴로 파괴되는 생태계 문제 등은 디지털 IT 산업이 결코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패션의 디지털화는 이 문제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고요.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실천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데이터 사용을 최적화한 콘텐츠와 접속량에 따라 반응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웹디자인 등의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 맹목적으로 디지털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디지털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일 수 있지만 디지털로 우리의 행성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Q. 오픈플랜이 패션 브랜드로서 전하고 싶은 지속가능성은 무엇인가요?
: 지속가능성은 모든 생명이 그에게 주어진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는 일입니다. 지금껏 우리의 역사는 성장과 개발이라는 목표를 향해 더 빨리 더 많이 만드는 방향으로 달려왔습니다. 이미 물건들이 넘치고 쓰레기로 뒤덮인 세상입니다. 우리는 이 쓰레기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과잉생산 과잉소비 시스템을 거부합니다. 저는 경제학자도 사회학자도 정치가도 아니어서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시스템이 우리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픈플랜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태 질서를 교란시키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섬유와 재생섬유만 사용합니다. 저렴한 생산 공장을 찾아 바다를 건너지도 않습니다. 우리 지역 사회의 제조업자들과 함께 일해 조금이나마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속가능성이 거창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할 뿐입니다.
Q. 오픈플랜이 앞으로 펼쳐나갈 지속가능성은 무엇인가요?
: 저희에게 중요한 미션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소재의 사용을 늘리는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에게 주어진 근본적인 숙제죠. 최근에 보태니컬 다잉을 활용한 여러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데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픈플랜은 유기농 코튼에 대한 가장 까다로운 인증인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인증과 세계적 동물 보호 단체 PETA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는데요.이에 걸맞은 디자인하는 것 또한 숙제입니다. 오픈플랜이 앞으로 펼쳐나갈 지속가능성은 이 숙제들을 해결하는 것이죠.
Q. 현재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 “비닐 봉투 필요 없습니다. 여기에 담아주세요" 하며 장바구니 내미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 봉투 하나 드릴까요?” 하면서 사용 후 딱지처럼 깨끗이 접어둔 제 비닐 봉투를 남에게 건네는 것도 좋아하고요. WWF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를 항상 들고 다닙니다. 제가 가는 단골 식당에서는 젓갈 들어간 김치와 고기나 해산물 반찬을 알아서 빼주시고요.
거래처 대표님들은 다른 브랜드들이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비닐 봉투를 모아두시고 제가 방문하기를 기다리십니다. 웬만하면 계단으로 걸어 다니고요. 다행히 자연광이 좋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어서 사무실 전등은 잘 켜지 않습니다. 집 근처 생협에서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재배된 지역 농산물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사서 버리지 않도록 적게 삽니다. 액체 세제, 샴푸, 샤워젤 등은 고체로 바꾸고 천연 수세미를 사용합니다.
또한 유리 용기들을 모아서 제로 웨이스트 숍에 보내줍니다. 식탁 위에서 무심코 사용하던 냅킨을 없애고 손수건을 올려두었습니다. 배달 앱이 핸드폰에 없고 대나무 칫솔을 사용합니다. 유리병에 든 치약, 자연섬유로 만들어진 치실, 면 생리대를 사용합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자전거로 출퇴근합니다. 소비란 내 돈으로 내가 지지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습관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디디며 살다 보니 차츰 더 큰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다.
오픈플랜 이옥선 디자이너, 패션포스트 인터뷰 中
지구를 생각하는 오픈플랜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오픈플랜이 전하는 지속가능성, 여러분의 마음에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Found Ya! Sustainable"은 패션기업 및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의 실무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또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Found Ya! Sustainable은 매월 2회 업로드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전 세계로 퍼진 이후 패션 업계의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샤넬의 무관중 온라인 패션쇼와 상하이 패션위크의 디지털 개막을 시작으로 런던, 파리 패션위크 그리고 밀라노 패션위크도 디지털 형식으로 열리고 있는데요, 수많은 패션위크 중 지속가능 패션의 의미와 미션에 큰 가치를 둔 헬싱키 패션위크는 올해 7월 조금 특별한 온라인 패션위크를 개최하였습니다.
헬싱키 패션위크는 디지털화라는 개념을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번 패션위크에 참여하는 브랜드의 의상은 모두 3D로 표현되었으며, 3D로 제작된 모델이 착용하는 VR 콘셉트의 패션위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새 시즌을 위해 헬싱키 패션위크 일주일 전부터 특별한 프로그램도 진행되었는데요, 바로 '디자인 레지던시(Designer Residency)'라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진행되었습니다.
팬데믹(Pandemic) 시대에 개최된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패션위크, 그 현장에 국내의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 오픈플랜(Open plan)이 함께하였습니다!
지구를 위한 패션을 전개하는 오픈플랜! 헬싱키 패션위크에서 어떤 컬렉션을 선보였을까요? 이옥선 디자이너님께 직접 여쭤보았습니다 :D!
Q. 안녕하세요! 이옥선 디자이너님, 오픈플랜 브랜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오픈플랜입니다. 2017년 론칭해서 플라스틱 프리 비건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자연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강원도 산불피해 지역에 나무를 심고, 서울환경영화제와 같은 환경 관련 문화 행사에 참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 단체를 지원하고 기부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도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Q. 오픈플랜을 론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저는 패션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옷으로, 패션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인 실천으로 할 수 있는 일뿐만 아니라 패션 브랜드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오픈플랜을 론칭하게 되었어요.
'플라스틱 차이나(왕구랑. 2016)'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 플라스틱에 관한 또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의 모든 것, The Story of Plastic(데이아 스콜스버그, 2019)'을 보았는데 환경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오픈플랜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고,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 더 힘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디자인을 전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단순한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새로움과 보편성이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피상적이거나 직접적인 어법 대신 비어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습니다. 또한 눈속임 대신 오래가는 가치를 담기 원합니다.
Q. 헬싱키 온라인 패션위크에 대한 소개와 참여하게 된 배경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헬싱키 패션위크 오픈플랜 Lookbook_Along the wind
: 헬싱키 패션위크는 지속가능한 패션위크를 표방하는 행사입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가치에 대해 널리 알리고 함께 고민하기 위해 2년 연속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패션위크와 달리 이번 패션위크는 완전하게 '디지털 온라인 프로그램'으로만 진행되었습니다. 이미 몇몇 패션위크가 '온라인 패션위크'라는 타이틀로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그 행사에 선보인 방법들 즉, 물리적으로 진행되는 쇼를 라이브로 스트리밍 하거나 촬영 후 방송하는 방법과 달리 헬싱키 패션위크는 '디지털 3D 패션쇼'로 구성된 패션위크입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 이동 제한 속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헬싱키 패션위크는 디지털 시대에서 디지털 기반의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물음과 답을 찾고자 하는 취지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도시에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공개되던 기존의 패션위크와 달리 디지털 패션위크는 오랜 기간 동안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모두 지속가능성의 실천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또한 배웠습니다. 무엇이든지 지속가능한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서 디자인해야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깨달았습니다.
Q. 이번 패션위크에서 오픈플랜의 패션쇼, Along the Wind는 어떤 주제와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 몇 년 전 어느 바닷가 여행에서 찍은 사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진 가득 채워진 바람이 제 눈을 사로잡았는데요, 바람을 생각하면 부드럽기도 하고 난폭하기도 합니다. 자유로우며 에너지가 넘치죠. 단단한 돌을 깎기도 하고 지구 위의 여러 물질들을 실어 나르는 바람의 물리적 성질을 생각하다가 인간이 그려놓은 국경과 같은 경계선이나 타인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단단한 벽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바람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바람이 전염병과 혐오, 불평등과 불안이 전 지구를 뒤덮은 2020년 지금 저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바람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언어의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기대와 희망 또는 사회적인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등을 의미하는 말로도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아직 우리의 목소리는 작지만 변화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Q. 헬싱키 패션위크 프로그램 중 디자이너 레지던시(Designer Residency) 참여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 저는 모두 5개 세션에 참여했습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제가 오픈플랜을 소개했고, 나머지 네 세션은 Bandana Tewari, Lottie Pang, Mandali Mendrilla 그리고 Studio PMS와 함께 했는데 지속가능한 패션과 디지털에 관한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했습니다. 그중 Bandana Tewari 씨와의 세션과 Studio PMS와의 세션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Bandana Tewari 씨와의 세션에서는 그녀가 여러 저널과 연설에서 전한 메시지 중 <간디와 패션의 연결고리,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여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영국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던 간디가 식민지 고국으로 돌아와 인도의 주요 산업인 목화, 섬유산업이 영국에 착취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독립운동을 이끕니다. 간디가 자신이 입는 것에서부터 그의 신념을 표현하고 사람들을 변화시켜 나간 일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 주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패스트패션의 부와 권력이 한 나라의 경제를 어떻게 종속시키고 그곳의 자연과 지역사회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는 식민지 시대의 그것과 무척 닮아있었고 패스트패션의 속도와 저렴함에 중독된 현대인들에게 디자이너들은 무슨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담았습니다.
Studio PMS는 네덜란드의 디지털 패션 디자이너 그룹인데요. 이번 헬싱키 패션위크를 위해 콜라보레이션으로 저희와 함께 룩을 디자인한 팀입니다. ‘디지털 패션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지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는데요. 이번 디지털 패션위크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많은 것들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구매 품목이나 패턴 등이 달라졌다는 보고가 많이 있습니다. 실제 옷이 아닌 콘텐츠로의 옷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이미 몇 년 전에 온라인상에서만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나왔다는 점 놀라웠습니다. 이런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패션 디자이너들’이고요. 그 덕분에 저 같은 디자이너는 전통적 패션 디자이너(traditional fashion designer)라고 불렸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우리가 디지털에 거는 기대와 우려,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디자이너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네덜란드와 한국의 패션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Mandali Mendrilla와의 세션에서는 한국에서의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움직임 등을 소개하면서 한국윤리적패션네트워크(KEFN)가 준비하고 있는 ‘지속가능 패션 서밋 서울’과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 허브’에 대해서도 소개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디자이너 레지던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KSnk4LDO0xmou3Uhd-GlQ)
Q. 디지털 패션위크를 참여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일은 언제나 설렙니다. 이번 디지털 패션위크도 그랬고요. 원단을 골라서 디자인하고 패턴을 만들고 소재에 관한 정보 및 제작 방법에 대한 모든 것을 디지털 디자이너가 작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은 제가 그동안 해온 방식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마치 요리사가 요리의 완성 상태를 보는 것은 오븐에서의 조리시간이 끝난 후에나 가능하듯이 이번 컬렉션도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혹시 큰 그림을 못 본건 아닌지, 너무 좁은 시야로 판단하는 건 아닌지 고민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픈플랜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해서 방향을 잡아나갔던 것 같습니다.
디지털 작업은 시간과 전기가 아주 많이 소요됩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컴퓨터와 서버, 데이터 센터에서 재생 에너지의 사용 여부 문제, 늘어나는 e-waste, 최신 IT 기기의 주요 부품에 사용하기 위한 광물 채굴로 파괴되는 생태계 문제 등은 디지털 IT 산업이 결코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패션의 디지털화는 이 문제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고요.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실천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데이터 사용을 최적화한 콘텐츠와 접속량에 따라 반응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웹디자인 등의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 맹목적으로 디지털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디지털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일 수 있지만 디지털로 우리의 행성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Q. 오픈플랜이 패션 브랜드로서 전하고 싶은 지속가능성은 무엇인가요?
: 지속가능성은 모든 생명이 그에게 주어진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는 일입니다. 지금껏 우리의 역사는 성장과 개발이라는 목표를 향해 더 빨리 더 많이 만드는 방향으로 달려왔습니다. 이미 물건들이 넘치고 쓰레기로 뒤덮인 세상입니다. 우리는 이 쓰레기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과잉생산 과잉소비 시스템을 거부합니다. 저는 경제학자도 사회학자도 정치가도 아니어서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시스템이 우리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픈플랜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태 질서를 교란시키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섬유와 재생섬유만 사용합니다. 저렴한 생산 공장을 찾아 바다를 건너지도 않습니다. 우리 지역 사회의 제조업자들과 함께 일해 조금이나마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속가능성이 거창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할 뿐입니다.
Q. 오픈플랜이 앞으로 펼쳐나갈 지속가능성은 무엇인가요?
: 저희에게 중요한 미션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소재의 사용을 늘리는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에게 주어진 근본적인 숙제죠. 최근에 보태니컬 다잉을 활용한 여러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데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픈플랜은 유기농 코튼에 대한 가장 까다로운 인증인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인증과 세계적 동물 보호 단체 PETA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는데요. 이에 걸맞은 디자인하는 것 또한 숙제입니다. 오픈플랜이 앞으로 펼쳐나갈 지속가능성은 이 숙제들을 해결하는 것이죠.
Q. 현재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 “비닐 봉투 필요 없습니다. 여기에 담아주세요" 하며 장바구니 내미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 봉투 하나 드릴까요?” 하면서 사용 후 딱지처럼 깨끗이 접어둔 제 비닐 봉투를 남에게 건네는 것도 좋아하고요. WWF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를 항상 들고 다닙니다. 제가 가는 단골 식당에서는 젓갈 들어간 김치와 고기나 해산물 반찬을 알아서 빼주시고요.
거래처에게 받은 비닐봉투를 재활용하는 오픈플랜 / 사진출처: 오픈플랜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pg/openplanstyle)
거래처 대표님들은 다른 브랜드들이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비닐 봉투를 모아두시고 제가 방문하기를 기다리십니다. 웬만하면 계단으로 걸어 다니고요. 다행히 자연광이 좋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어서 사무실 전등은 잘 켜지 않습니다. 집 근처 생협에서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재배된 지역 농산물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사서 버리지 않도록 적게 삽니다. 액체 세제, 샴푸, 샤워젤 등은 고체로 바꾸고 천연 수세미를 사용합니다.
또한 유리 용기들을 모아서 제로 웨이스트 숍에 보내줍니다. 식탁 위에서 무심코 사용하던 냅킨을 없애고 손수건을 올려두었습니다. 배달 앱이 핸드폰에 없고 대나무 칫솔을 사용합니다. 유리병에 든 치약, 자연섬유로 만들어진 치실, 면 생리대를 사용합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자전거로 출퇴근합니다. 소비란 내 돈으로 내가 지지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지구를 생각하는 오픈플랜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오픈플랜이 전하는 지속가능성, 여러분의 마음에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영상을 보고 싶다면? → https://www.youtube.com/watch?v=Z7ZfKw_qa1A)
photographer. Hoonja
interview editor : Nanjoo
[이 글은 다음의 사이트와 자료들을 참고하였습니다.]
오픈플랜 블로그: https://blog.naver.com/todaybrand1